외부의 소음에서 한 걸음 물러설 때 비로소 내면의 조용한 정원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저는 마음속에 쌓여가는 생각과 감정을 천천히 들여다보고, 그것을 선과 색, 패턴으로 풀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Lump’는 서로 다른 생각과 영감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 하나의 덩어리를 뜻합니다.
형태 없이 떠도는 경험과 기억, 스쳐가는 생각, 감정들을 오래 바라보고 느끼며 그려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저마다의 모습을 갖게 됩니다. 저에게 드로잉은 그 막연한 감각을 눈에 보이는 형태로 옮기는 일이자, 스스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교류해가는 과정입니다.
저는 디지털 드로잉을 기반으로 섬세한 선과 반복되는 패턴을 쌓아 작품을 구성합니다. 자연에서 발견한 유기적인 형태와 정돈된 색채를 함께 사용하며, 서로 다른 요소들이 화면 안에서 조화를 이루도록 작업합니다. 반복되는 선과 패턴은 때로는 생각의 흐름처럼, 때로는 시간이 쌓이는 과정처럼 화면 안에 머물며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그 중심에는 분홍색 튤립이 있습니다. 저에게 튤립은 ‘애정, 배려, 사랑의 시작’을 상징하는 존재입니다. 작은 꽃 하나에서 시작된 이미지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마음과 관계의 온기로 확장되고, 결국 서로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풍경으로 이어집니다.
누군가는 그 안에서 평온을 발견하고, 누군가는 자신의 기억이나 관계를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제가 오랫동안 선과 패턴을 쌓아온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하나의 이야기를 강하게 전달하기보다, 관람자의 마음이 머물 수 있는 여백을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저의 작업은 결국 ‘마음의 정원’을 만들어가는 일입니다. 개인의 내면에서 시작된 작은 생각과 감정이 선과 색을 통해 하나의 풍경이 되고, 그 풍경이 다시 다른 사람의 마음에 닿는 것. 저는 그 과정에서 예술이 언어와 문화의 차이를 넘어 서로의 마음을 바라보게 하는 매개가 되길 희망합니다.